<고도근시>
전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교수
서울삼성안과 김우중
일반적으로 근시는 가까운 것은 잘 보고 먼거리는 잘 보지 못하는 상태로 알고 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물체를 잘보기 위해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눈 뒤쪽 망막에 물체의 상이 잘 맺혀져야 하는데 빛이 너무 과도하게 굴절되어(꺾여서) 망막 앞쪽에 초점이 맺히는 병적인 상태를 근시라고 한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빛을 좀 덜 꺾이게 할 수 있는 오목렌즈가 근시용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로 사용되거나 각막 중심부를 편평하게 해주는 근시 교정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근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엄연히 질병의 하나로 분류되는 병적 상태이나 사회 통념상 안경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너무 흔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보통 근시를 병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근시중에서도 고도근시는 안과 분야에서 상당히 주의를 요하는 질병이다. 근시의 정도는 디옵터(D)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그 앞에 근시일 경우 마이너스를 붙이게 되고 그 수치가 높을수록 근시의 정도가 심한 것을 의미한다. 안경이나 렌즈 돗수가 자신의 근시 정도와 대략 일치한다. 안과에서 보통 –6디옵터가 넘는 근시를 고도근시라고 하는데 이정도의 근시는 경도, 중등도의 근시에 비해 많은 임상적인 차이를 보인다.
고도근시는 우선 해부학적으로 눈의 구조 자체의 상이한 형태를 보이는 수가 많다. 안구가 크고 안축장이 길어서 망막이 얇거나 수정체가 두터운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망막에 여러 종류의 이상(망막 열공, 망막 박리, 유리체 분리, 비문증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정상인이나 낮은 근시에 비해 몇배 높다. 고도근시중에서도 근시 돗수가 높아질수록 망막 중심부 초점을 맺는 부위에 변성, 출혈이 생기면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여도 정상 시력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고도근시와 관련된 눈의 이상은 평생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써 현재 근시 교정 수술이 많이 시행되면서 수술과 관련한 합병증 여부를 놓고 수술 의사와 환자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시력 교정 수술 의사는 고도근시에서 수술전에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검사와 설명이 필요하게 된다.
고도근시는 시력 교정 수술을 하더라도 돗수가 낮은 근시에 비해 상대적인 불리함을 갖고 있다. 라식을 하던 라섹을 하던 낮은 근시에서는 수술후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일은 볼 수가 없으나 고도근시에서는 일부의 사람들이 6개월 또는 1년후까지도 부분적인 근시로의 퇴행을 보여 재수술이 필요하기도하다. 또한 레이저 수술양이 많아 시력 회복이 상대적으로 느리거나 야간에 불빛 퍼짐 등의 부작용의 가능성도 근시 돗수가 높아지면서 같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최근 세계적인 추세는 경험이 많은 시력교정 수술 전문가일수록 그 수술 대상으로서 근시 돗수를 좀더 낮추려는 경향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고도근시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같은 집안에서 고도근시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유전적인 요인이 있으며 어릴 때 미숙아, 약시 등으로 시력 발달에 문제가 있을때도 그 가능성이 커진다. 나이가 들면서 고도근시에서는 녹내장, 백내장 등의 발생 가능성도 정상인보다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진찰을 반드시 필요로하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